‘롤 아티스트의 삶’

심리상담가 최대헌 박사를 검색하면 ‘심리상담청자다방’ 대표이자 ‘한국드라마심리상담협회’ 회장이라는 직함이 나온다. 그러나 최대헌 박사는 스스로를 ‘롤 아티스트’라고 표현했다.

 

우리 인생에 단 하나도 같은 역할은 없기에 그는 ‘잘 살고 있다=각자 맡은 역할을 잘 하고 있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이 맡은 역할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자신 역시 “평범하게 잘 살고픈” 최대헌 박사를 만나 ‘삶’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봤다.

☰ 사회복지에 ‘마음’을 더하다

 

사람이 어려움에 처하면 개인이 해결할 수 부분과 사회가 해결해줘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랐음에도 잘 사는, ‘개천에서 난 용’은 사실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아니거든요. 사람들이 모두 똑같은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는 게 아니기에 잘 살아가려는 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사회가 환경적으로 보듬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현재의 사회복지는 그런 지점에서 환경적인 걸 더 많이 이야기하는 편이에요. 힘든 상황 속에서 심리적으로 어떻게 대처하느냐를 알려줘야 하는데 10여 년간 공무원 생활을 하며 그 부분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새도 날아오르려면 두 날개가 있어야 하는 것처럼 사회복지의 균형이 맞아야 하는데, 한쪽으로 쏠려 있는 편이에요. 좋지 않은 상황에 놓인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환경을 넘어 개인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우리나라는 사회복지에 대한 인식이 잘못 돼 있어요. 돈, 쌀, 직업 등의 환경적 지원은 사회보장이고, 학술적으로는 사회복지에 심리적 지원도 포함이 돼 있는 거거든요. 하지만 빈곤하던 시대를 살아왔기에 사회복지가 사회보장에만 편중이 돼 있는 편이에요. 사람들에게 이 부분을 설명하면 대부분 놀라워해요. 큰 사고를 겪은 피해자에게 심리치료를 해준다거나 반대로 범죄자에 대한 심리치료 등도 사회복지인데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거죠. ‘범죄자에게 무슨 사회복지냐’고 하는 분도 있어요. 물론 피해자 입장에서는 용서가 안 되는 사람들이지만, 결국 그들이 멈춰야 피해자가 더 생기지 않는 거니까. 솔직히 말해 내게도 지치게 하는 대상들이긴 해요. 하지만 심리적인 부분을 해결하지 못하면 그 범죄에 익숙해질 가능성이 있기에 초기에 개입해 재범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거죠. 힘들다고 그들과 안 만난다면 출소 후 또 그런 일이 생겨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이런 일 외에도 이제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정신 건강 사회복지 서비스도 많아지고 있어요. 정신 건강도 사회복지로 자리를 잡고 있어 뿌듯하기는 한데 아직은 떨어져 있는 양쪽 영역을 연결하기 위해 두 다리로 버티는 느낌이라 힘이 들긴 하네요.

☰ 가벼운 호흡 하나만으로

난 한 번도 주류로 살아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왼쪽 눈이 야구공에 맞아 실명한 뒤로는 항상 제한적 선택을 해야 했거든요. 남들이 평범하게 가는 군대를 선택조차 할 수 없었죠. 남들이 다할 수 있는 곳에는 내가 들어갈 자리가 없었어요. 매번 한쪽 눈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궁리해야 했어요. 그러다가 문득 누군가와 경쟁을 하는 건 어려우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고, 연극 연출을 배우기로 마음먹었죠. 그리고는 고등학생 때 직업 극단에 들어가서 보조 일을 하며 연출을 배웠어요. 그로인해 고등학교를 24살에 검정고시로 졸업했지만요. 이후 서울시 공무원과 경희사이버대와 서강대 평생교육원 대우전임강사 등으로 10년씩 직장 생활을 총 20년 정도 하다가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려고 이쪽 분야로 왔는데 여기서도 비주류더라고요.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사람이 심리 분야를 하려니까 심리학 전공자가 아니어서 비주류. 반대로 사회복지 분야에서 심리를 이야기 하니 비주류. 사이코드라마학회 쪽에서도 그 분야만 해온 분들이 많아서 비주류였거든요.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를 고민하다가 마음을 먹었죠.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내가 해온 걸 가지고, 관심 가는 걸 하자고. 쉽지 않다는 건 나 역시 알죠. 그래서 난 누구와도 경쟁을 안 해요. 사람과는 비교를 하면 마음이 조급해 지거든. 대신 내가 놓인 환경과만 경쟁을 하죠. 그래서 내게 경쟁은 적응, 즉 동화와 조절이에요. 사람과의 경쟁은 승패를 구분하려고 하는데 환경과의 경쟁은 따라할 수 있는 건 배우고, 따라갈 수 없는 건 피해가게 하거든요. 물론 적응에도 기준이 있어야 해요. 아니면 다 따라하려고만 하다가 힘들어질 테니까. 그렇게 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걸 하다 보니 지금 위치에 있더라고요. 지금 내가 무언가를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기준은 간단해요. 첫 번째는 그 일이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보고, 두 번째는 그 일이 수익과 연결되는 가를 봐요. 돈을 무시하는 전문가는 난 비전문가라고 생각하거든요. 대부분의 전문성은 그 사람의 수익과 연결이 되는 거니까. 그리고 세 번째는 내가 그 일에 흥미를 느끼는 가를 봐요.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고, 돈도 벌 수 있지만, 내가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그 일은 스트레스가 되거든요. 그 세 가지만 충족이 되면 난 어떤 일이든 시작하는 편이에요. 무엇이든 나를 챙기는 것에서 출발해야 해요. 희생만 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삶은 없는 거라고봐요. 사회복지의 대상에 나도 포함돼 있다는 걸 잊으면 안돼요. 그리고 너무 행복하려고 하지 말라는 이야기도 해주고 싶어요. 행복해지려고 하다보면 오히려 불행해지거든요. ‘아주 나쁘지 않으면 괜찮다’고 생각하면 현재가 좀 더 편안해질 거예요.

마음을 다스리는 법

나도 화가 나고 속상할 때가 많아요. 하지만 이게 직업이니까 계속 노력하는 거죠. 의사도 자기 병을 완벽히 예방하지 못하잖아요. 대신 좀 더 빨리 알아차리는 거지. 뭔가가 잘못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면 난 우선 그 순간 모든 것을 멈춰요. 그리고 세 가지 단계를 거치려고 노력하죠. 첫 번째 단계는 관찰이에요. 일명 거리두기. 무엇이 잘못되고 있는지 판단하지 않고 그냥 그 상황을 살펴보는 거예요. 장기 판 옆에서 훈수를 두면 더 잘 보이는 것처럼 떨어져서 전체를 보려 노력을 하죠. 두 번째 단계는 성찰. 그 상황을 발생케 한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거예요. 그 과정에서 내 문제가 있다면 이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단계이기도 하죠. 이게 진짜 힘들어요. 내 잘못은 창피해서 안보고 싶어 하거든요. 내 책임인 걸 알면서도 화를 내기도 하고요. 이 단계를 뛰어 넘으려면 자신을 좋아해야 해요. 내가 잘되려고 하는 과정이고 이 부분은 문제이지만 다 못하는 건 아니라고 잘못만을 분리해 봐야해요. 아니면 ‘내가 하는 게 다 그렇지’ 등의 자기비하로 빠지기 쉽거든요. ‘반드시’ ‘절대’ ‘당연히’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 사람은 정말 피곤하게 사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어요. 나 같은 경우는 취약성이 ‘난 전문가여야 한다’는 부분에서 나올 때가 많아요. 부정적 피드백을 받으면 화가 나고 이야기를 안 들으려 하거든요. 알면서도 나 스스로 못했다는 걸 인정하지 않고 합리화를 시키거나 핑계를 대죠. 성찰은 깨닫는 과정이다 보니 과정이 고통스러워요. 그러니 이걸 하려면 날 좋아해야 하죠. 그리고 세 번째 단계는 통찰이에요. 알아차리고 깨다는 걸 넘어 ‘뭘 해야 할지’를 아는 것이 통찰이라고 생각해요. 성찰이 반성이라면 통찰은 그걸 넘어 나아가야할 구체적 방향까지 전체를 아우르는 거죠. 이 세 단계를 거치면 내 마음을 온전히 다스릴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관찰과 성찰을 하지 않고 통찰로 가능 경우가 많아요. 잘못된 것도 찾지 못하고 반성도 없이 다음 행보를 걷는 거죠. 그럼 또 같은 상황에서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요.

라이프밸런스 카드&인생 질문 사전

‘라이프밸런스 카드’가 뭐냐고 물으면 먼저 라이프밸런스에 대해 설명을 해야 합니다. 라이프밸런스는 사람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나 돌봄(몸/마음/자기계발)’, ‘가족관계’, ‘대인관계’, ‘집단 내 역할’, ‘경제/나눔/여가’라는 인생의 주제들을 고민하고 해결하는 과업을 요구 받는데 그 과업의 균형감과 만족감이 아주 나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해요. 라이프밸런스를 위해서는 이 주제들에 대해 개별 또는 전체의 만족도가 지나치게 결핍되거나 편중되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려면 내가 뭘 느끼고, 원하고, 행동하는 지를 알 수 있어야 하죠.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생각들이 뒤죽박죽 섞여있어요. 그걸 파악하는데 도움을 주는 카드가 라이프밸런스 카드예요. 이 카드를 통해 교육/상담/치료/코칭 목적에 맞게 사용할 수 있죠.

현재 출판을 준비 중인 ‘인생 질문 사전’은 라이프 밸런스를 위한 질문 사전이에요. 동물은 자극에 반응하고, 로봇은 입력 값대로 움직이는데 사람은 질문이라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요. 그 능력을 활용해 ‘나는 누구인가’부터 ‘결혼생활에 만족하고 있는가’, ‘나 같은 부모를 다시 만나고 싶은가’ 등 평범한 삶을 잘 살아가기 위한 질문들 11640개를 2007년부터 2017년까지 수집했고, 그걸 분류해 670개로 압축해 책으로 만든 것 ‘인생 질문 사전’입니다. 라이프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한 질문 사전인 거죠.

editor 곽민구 (interview)

photographer 김유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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